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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24, 2020

“바이든 다자주의 수호자 아냐…한·미 경제 소통 절실” - 조선비즈

kuyupkali.blogspot.com
입력 2020.11.25 06:10

[이코노미조선]
<글로벌 전문가 진단 5>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보호무역주의, 자국 우선주의로 세계 경제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복병까지 맞물려 각국이 경기 부양에 애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수장이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혀 다른 성향의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구호로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내세웠다. 코로나19, 경제회복, 인종적 형평성, 기후변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바이든은 약화한 동맹 관계를 회복시키고 잃어버린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할 모습이다. 이코노미조선은 바이든 시대가 어떻게 펼쳐질지 글로벌 전문가 5명을 인터뷰해 '바이드노믹스와 국제경제' 커버스토리를 기획했다. 미국의 어떤 방식으로 재건에 나설지 주목된다. [편집자 주]

자유무역주의 산봉자도 아냐
동맹 중시 긴밀한 관계 맺어야
합작투자·공동연구 전략 필요

허윤. 서울대 경제학 학사, 미국 유타대 경제학 석사,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 전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 서강대 세계무역연구소 소장 / 서강대
미국 역사상 가장 특이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보를 보였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다자기구를 잇달아 탈퇴했고, 중국에는 관세 폭탄을 투척하며 싸움을 걸었다. 사업가 출신 부자 대통령의 독주에 세계 경제는 늘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정부도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정신없던 4년을 뒤로 하고 세계 경제는 조 바이든 당선인을 만나게 됐다. 50년 정치 베테랑이자 원칙주의자인 바이든은 무너진 다자협력 시스템을 복구하고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조치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해답을 얻기 위해 ‘이코노미조선’은 11월 11일 국제 경제·통상 전문가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허 원장은 "증세·규제·보호무역을 앞세운 바이든 정부도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 이미지라고 해서 바이든을 자유무역 신봉자나 다자주의 수호자로 착각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바이든도 자국 기업 보호에 방점을 둘 것인 만큼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은 합작 투자나 공동 연구·개발(R&D) 등의 전략적 우회로를 다각도로 염두에 둬야 한다고 허 원장은 말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많다. 바이든 정권에서 경제 활동은 어떨까.
"바이든 당선자는 뼛속까지 민주당 강령에 충실한 직업 정치인이다. 그의 핵심 공약은 증세와 규제, 보호무역주의로 요약된다. 탄소조정세 부과나 노동 여건 개선책 등은 미래 지향적이긴 하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힘든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탄소조정세는 바이든이 2025년까지 도입을 선언한 상태인데, 이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한다면 국제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내 산업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법인세를 강화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정책도 기업 활동과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철강·내연기관차 등 한국의 전통 수출 산업은 달라질 환경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기업 활동이 더 어려워진다는 말로 들린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민주당이 상원 과반수 확보에 실패해 바이든 정책의 상당수가 의회에서 튜닝 과정을 거치거나 아예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트럼프 시절과 달리 예측 가능성이 커 시장의 전반적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은 친환경 산업과 인프라에 방점을 둔 대규모 산업 정책도 펼칠 계획이다. 수소차,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 인프라, 재생에너지 등의 신산업 분야가 좋은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수혜 예상 업종은 알겠는데, 바이든의 성향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기업과 합작 투자 또는 공동 R&D 등을 통해 미국 시장을 단계적으로 파고드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특히 바이오 산업의 경우 세계적인 기업과 기술 수출 계약까지 염두에 둔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건강 관리, 보건, 한류 관련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등도 미국 공략에 도전해볼 만한 업종이다. 무엇보다 바이든이 동맹을 강조하는 만큼 한·미 무역과 투자 흐름을 사안별로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두 나라 사이에 긴밀한 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이 다자협력 시스템을 복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바이든은 파리기후협정 재가입을 약속했다. 미국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역·통상 분야에서는 태도가 다르다. 예컨대 그는 이번 대선 기간 내내 WTO 개혁이나 복원과 관련해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집권 시 연방정부가 4년간 4000억달러(약 445조원)어치의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겠다고 했다. 이는 차별 금지, 투명성, 공정성을 중시하는 WTO 정부조달협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WTO 정부조달협정에는 미국을 포함해 48개국이 가입돼 있다. 바이든은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면 WTO 정부조달협정을 동맹국들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정책과 WTO 협정이 충돌하면 WTO를 수정하겠다는 것이 바이든식 해결 방안이다. 바이든은 자유무역주의 신봉자가 아니다. 다자주의 수호자는 더더욱 아니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는 재가입(2018년 1월 탈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던데.
"내 의견은 다르다. 미국의 CPTPP 재가입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이든의 기본 입장을 생각해보라. ‘노동과 환경 법규를 강화하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는 어떤 신규 무역협정에도 서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회원국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한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중국과 미국 관계도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바이든의 입장은 트럼프보다 강경하다. 바이든이 제시한 탄소조정세와 미국 기업 오프쇼어링(offshoring·국외 이전) 징벌세 등의 정책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모두 중국을 겨냥한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부과한 대중 관세를 지렛대 삼아 중국의 구조적인 문제들, 가령 국영기업·보조금·산업스파이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양보를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가 강화한 중국 기업의 대미(對美) 투자 제한이나 중국 블랙리스트 규제책 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적어도 중국에 관해서만큼은 바이든이 트럼프의 훌륭한 정책 계승자다. 방법은 트럼프와 다를 수 있다. 베이징과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동맹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환경, 인권 보호, 공정 무역의 기치를 내걸면서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택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나 보다.
"강대국들은 안보와 경제를 연계하는 소위 ‘이슈 연계 전략’을 전방위로 펼친다. 미국은 물론 중국도 안보적·외교적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무기화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존해왔다. 안타깝게도 그 좋은 시절이 막을 내리고 있다. 바이든은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응징하겠다’고 말한다. 내년쯤이면 한국은 좋든 싫든 미국의 동맹인지 아닌지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한·미·일 삼각 안보 동맹 강화에 따른 중국의 대한(對韓) 보복이 돈과 관련된 것이라면, 미국과 동맹 이탈로 한국이 입게 될 손실은 목숨과 관련된 것이다."

한국에 쉽지 않은 시장 환경이 지속할 수밖에 없겠다.
"어렵겠지만 바이든 정부 정책 하나하나에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바이든이 상원 공화당 의원들의 교차투표를 성공적으로 유도하지 못하면 상당수 정책 법안은 폐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이나 정부 기관 규정 변경 등으로 일부는 성공을 거둘 수 있겠지만 말이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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