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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17년 9월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양자회담 중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국경분쟁 해소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으나 해결 방안을 좀체 찾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수탈이 갈등 뿌리 같은 아시아 대륙에 있으면서도 인도와 중국은 오랜 시간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 히말라야산맥이 경계선으로 작용한 지형적 영향이 크다. 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복잡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인도가 영국 식민지가 되고 서구 열강이 중국을 잠식할 때부터다. 중국은 식민지가 되진 않았지만, 청나라 말기 국력이 약해져 경제적으로 많은 수탈을 당했다. 당시 중국 ‘차’는 서양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영국을 포함한 유럽은 중국에 큰 무역 적자를 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영국은 인도에서 양귀비를 재배해 중국에 팔았는데, 이를 계기로 중국과 영국 사이에 아편전쟁이 일어났다. 그 뒤 인도 북동부 아삼과 동부 다르질링에서 차를 대량 재배하기 시작했고, 이 지역은 지금도 차의 주요 생산지가 되었다. 당시 영국은 인도뿐만 아니라 인도 아삼, 아루나찰프라데시, 미얀마까지 식민지를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은 1914년 티베트와 국경선을 정하는 조약을 맺었는데, 국경선 이름이 당시 영국인 외교관의 이름을 딴 ‘맥마흔라인’(McMahon Line)이다. 인도가 독립한 뒤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는 인도와 중국의 관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네루는 옥중에서 쓴 역사서 <세계사 편력>으로도 유명한데 이 책은 기존 서양 중심 사관에서 벗어나 아시아 역사를 비중 있게 다룬다. 또 지배자보다 핍박받는 민중의 시선에서 역사를 바라보았다. 네루의 사상은 반제국주의·사회주의 성격이 강했는데, 이 때문에 중국에 우호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과 소련으로 양분되는 국제정치 지형에서 인도는 비동맹 중립 정책을 펼치며 독자 노선을 걸었다. 네루는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과 주도해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를 열었고 여기에 중국을 참여시키는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두 나라의 관계가 멀어지기 시작한 건, 중국이 속국 지위에 있던 티베트를 병합하는 과정에서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하면서다. 인도가 맥마흔라인을 기준으로 자국 영토로 삼던 라다크의 악사이친이 있는데, 중국이 이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를 만들었다. 중국이 이 도로를 건설한 이유는 신장웨이우얼 지역과 티베트를 연결해, 티베트 지배를 공고화하기 위해서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인도가 중국에 항의하면서 국경 충돌이 자주 일어났다. 양국 정상이 수차례 편지를 교환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가 인도 델리를 방문해 일주일간 네루 총리와 수차례 면담했지만 서로 견해 차이만 확인했다. 중국으로선 영국 제국주의의 유산인 맥마흔라인을 양국 국경으로 인정할 수 없고 역사적 증거를 따져야 한다는 점과, 달라이라마의 정치 망명을 받아준 인도를 향한 불만이 있었다. 그런데도 저우언라이 총리는 인도가 악사이친 지역을 내주면 동부 국경 지역의 또 다른 분쟁 지역을 인도에 넘겨주겠다는 ‘스와프 딜’을 제시했다. 인도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중국 입지를 세우며 도와줬고, 인도 국경을 중국이 무단 점령해 분란을 일으켰기 때문에 중국군이 통제선 밖으로 나가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는 정책을 고수했다. 결국 중국군이 1962년 10월 히말라야산맥 동서에 걸친 국경 지역에 전격 공격을 개시하면서 중-인 전쟁이 일어난다. 인도군은 숫자와 무기에서 열세를 보이며 방어선이 무참히 무너졌고 인도 동북부 아삼 평원까지 중국군이 밀려오게 된다. 이 상황에서 중국군은 11월22일 단독 종전을 선언하고 맥마흔라인 이북으로 후퇴했다. 전투에서 승리한 나라가 자발적으로 전쟁을 멈추고 물러나는 일은 흔치 않기에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의견은 겨울이 다가오면서 고산지대의 보급선 유지가 어려운 점,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에서 각종 전쟁물자가 속속 지원되는 상황에서 장기전에 대한 부담 등이다. 이 전쟁으로 인도군은 약 3천 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됐고 4천 명이 포로로 붙잡혔다. 현대 전쟁에서 이 정도 사상자 발생은 크다고 볼 수 없으나, 인도는 전쟁에서의 패배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특히 네루 총리는 “중국이 서양 제국주의에 대항한다고 하지만 그들 스스로 또 다른 제국주의, 팽창주의 국가가 되어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고 규정했다. 네루 총리는 믿었던 중국에 대한 배신감과 전쟁 패배에 따른 충격으로 급격히 쇠약해져 얼마 뒤 사망한다. 전쟁 뒤 인도와 중국의 관계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네루 딸인 인디라 간디 총리 시절 인도가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자, 중국은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중국은 스리랑카에 개발원조를 하는 대신 항구에 자국 해군이 주둔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인도양에서 인도를 견제하는 이른바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 전략을 추구했다. 인도 역시 이에 대항해 이란·아프가니스탄·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했으며, 최근 미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북부 라다크의 중국과 국경 지역 인근에 위치한 판공호수 전경. 판공호수는 인도와 중국이 각각 3분의 1과 3분의 2를 분할 통제해 긴장이 감도는 지역이다.연합뉴스
경제 교류는 지속 확대 인도와 중국은 정치적으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 교류는 지속해서 확대했다. 인도의 연간 수입 중 중국산 제품은 약 14%다. 문제는 무역 적자 규모다. 2019년 기준 인도의 대중국 수입은 652억달러인데 수출은 166억달러에 그쳐, 무려 486억달러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 수년 동안 인도의 대중국 무역 적자 폭은 계속 확대됐다. 인도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주요 품목은 전자 완제품과 부품이다. 수입의 30%를 차지한다. 현재 인도 휴대전화 시장에서 중국산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인도가 중국 제품에 의존하는 이유는 국내 제조업의 약한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인도는 네루식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다가 1991년 경제개혁을 단행해 지난 30년 동안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제조업은 복잡한 규제와 숙련노동력·기술 부족 등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인도 소비자는 제품의 질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 역시 중국 제품의 특징과 맞아떨어진다. 최근 발생한 국경 충돌은 인도인에게 중국을 향한 경각심을 다시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이 무엇 때문에 국경에서 도발하는지 명확히 알 길은 없다. 추측하건대,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일대일로 정책에 다수 국가가 참여하는 중에 인도만 두드러지게 참여하지 않은 점, 중국의 적성국인 일본·미국과 친밀하게 교류함으로써 인도가 중국 팽창 정책에 방해 요소로 작용한 것에 대한 보복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 의도가 무엇이든, 두 나라의 관계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동안 인도는 달라이라마의 공식 행보를 제한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공개적으로 중국산 제품 수입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중국 기업의 참여 프로젝트를 취소하는 등 반중 경제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인도인은 그동안 내재해 있던 중국을 향한 적개심을 분출하며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대표 사례가 중국산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찾아내 지우는 앱을 출시한 것이다. 또한 중국과 전면전에 대비하기 위해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도입을 앞당겨 애초 사기로 한 36대 중 5대가 2020년 7월 인도에 도착했다. 인도 정부는 중국과 갈등을 계기로 국내 제조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는 기회이자 위기다. 중국 제품과 경쟁을 벌이는 경쟁자로선 호재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수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역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인도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인도와 중국이 과거 네루 총리 시절 유행어 “Hindi Chini Bhai Bhai”(인도와 중국은 형제다)로 회귀할 수 있을지, 아니면 “Hindi Chini Bye Bye”(인도와 중국은 바이 바이)로 굳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박영선 KOTRA 콜카타무역관 관장 yspark@kotra.or.kr
September 09, 2020 at 07:2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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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인도-중국 갈등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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