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배송, 산불 감시에 다양하게 활용…해외에도 진출 예정
"지금 이 드론으로 마스크 300매를 한 번에 실어나를 수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용인시 두산기술원 정문 앞 잔디밭 위로 대형 드론이 높이 날아올랐다. 8개의 날개(프로펠러)가 바쁘게 돌아가면서 20kg에 달하는 몸체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이 드론은 두산의 자회사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이 자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드론 ‘DS30’으로, 최대 120분을 비행할 수 있다. 기존 드론의 단점으로 꼽히는 짧은 비행시간 문제를 해결해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드론·로보틱스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일반 배터리 드론은 길어야 20~30분 비행하면 배터리가 닳아 지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두산의 수소드론은 연료전지 파워팩과 수소탱크를 장착한 덕에 2시간 동안 공중을 누비고, 최대 5kg의 물품을 싣고 한 번에 80km 이동할 수 있다. 이는 서울에서 천안까지 이르는 거리다.
덕분에 제주도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약국과 우체국이 없어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없는 인근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주민들에게 마스크 총 1만5000매를 수소드론으로 배송했다. 지난달 이국종 아주대 외상연구소장이 보령해양경찰서와 진행한 해상 수난 대비 훈련에도 두산의 수소드론이 투입됐다. 바다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고 성인 남자 4명이 매달릴 수 있는 튜브를 전달하는 역할을 이 드론이 맡았다. 장거리 비행이 불가능한 기존 드론으로는 수행할 수 없는 작업이다.
여기에 몸체와 날개, 파워팩, 수소용기 모두 탄소섬유로 만들어 드론의 무게를 낮춘 점도 비행시간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길이와 너비 모두 2.6m에 육박하는 수소드론(DS30)의 무게는 약 20kg로, 비슷한 크기의 다른 드론과 비교해도 가벼운 편이다. 충전시간이 10분으로 짧고, 총 수명이 1000시간으로 길다는 점도 차별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드론 시연을 주도한 신재용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과장은 "수소드론은 2시간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송, 정찰·수색, 시설물 관리 등 장시간 비행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드론은 비행시간이 짧아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두산은 수소드론이 한국보다 영토가 넓은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쓰일 것으로 보고,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방산컨설팅 기업 틸그룹은 2028년이면 농·임업, 건설, 물류 등에 활용되는 상업용 드론 시장이 95억달러(약 11조3500억원)로 지금의 8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미국 보건부 등과 함께 카리브해에 위치한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세인트 토마스 섬부터 세인트 크로이 섬까지 DS30 드론으로 긴급의료물자를 배송하면서 1시간 43분 동안 69km를 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의약품의 경우 배송 중 미세한 진동만으로도 성분이 변질될 수 있는데,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드론은 진동이 없고 소음이 적어 의약품 배송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일정이 늦춰졌지만 연말부터 호주, 캐나다,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수소드론이 배터리 드론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국내 상업용 드론 수요 증가와 해외 시장 진출에 힘입어 생산규모가 늘면 수년 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수소드론의 가격은 대당 6000만원 수준이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전북 익산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공장에 구축한 별도의 생산라인에서 수소드론을 생산한다. 생산 능력은 연 2000대인데, 수요는 아직 이에 못 미친다.
August 04,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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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마라도에 마스크 배송한 수소드론… 해상 사고에도 투입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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